구승민 또 1군 말소 롯데의 기대 해줄 게 있잖아
“(구)승민이가 해줘야 할 게 있잖아….”
롯데 자이언츠는 23일 우완 불펜 구승민(35)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비로 취소된 13일 인천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로 복귀한 구승민은 콜업된 지 열흘 만에 또 다시 전력에서 제외됐다.
구승민의 올 시즌 말소 횟수는 이날을 포함해 벌써 세 차례에 이른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들었던 구승민은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벼르고 별렀다.
2020년부터 4년간 매 시즌 6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바람에 지쳤을 법도 한데, 구승민은 “부진의 이유를 그런 데에서 찾고 싶진 않다. 그동안 던지고 막으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단지 내가 지치고, 덜 준비된 게 싫었을 뿐”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그에게는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 왔다.
정규시즌 개막 이튿날인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0.2이닝 4실점한 그는 추가 등판 없이 사흘 뒤 말소됐다.
4월 2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다시 콜업된 구승민은 이번에는 4경기 구원등판해 승리 없이 1패1홀드, 평균자책점(ERA) 6.00(3이닝 3실점 2자책점), 이닝당 출루허용(WHIP) 1.67을 남긴 뒤 또 다시 말소됐다.
다시 1군 엔트리로 복귀하기까지는 꼬박 33일이 걸렸지만, 1군에서 뛸 시간은 고작 9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이번 말소 이전에도 복귀까지 36일이 걸렸는데, 구승민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열흘뿐이었다.
이 기간에는 17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1이닝 2탈삼진 무실점) 한 경기에만 나섰다.
구승민은 이날 0-6으로 뒤진 9회초 구원등판해 유로결(헛스윙 삼진)~문현빈(좌익수 뜬공)~노시환(헛스윙 삼진)을 차례로 돌려세웠다.
그동안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한 홀드 상황이 주어진 것도, 예년처럼 시속 150㎞의 직구를 뿌린 것도 아니었지만, 반등이 절실했던 그에게는 모처럼 빼어난 투구를 펼친 게 분명했다.
하지만 말소의 대상이 되는 것까지 피하진 못했다.
이번에는 전력 구성의 측면에서 최근 롯데를 둘러싼 상황이 잘 맞물리지 않은 분위기다.
올 시즌 주축 야수들의 부상이 잇따른 롯데로선 나승엽, 장두성 등 복귀 전력들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엔트리에 공간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의 빈자리를 투수가 채우게 되더라도 말소 대상에는 올 시즌 역할이 확실치 않던 구승민이 우선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구승민이 자리를 비운 약 두 달 동안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승민의 필승조 자리에는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로 이적한 정철원이 셋업맨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달 복귀한 최준용이 가세해 빈 곳이 없다.
선발과 필승조의 다리 역할 또는 추격조에도 김강현, 정현수, 박진, 윤성빈 등이 자리매김한 상태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구)승민이가 팔 동작도 바꾸고, 공의 궤적도 괜찮다. 다만 지금 뒤에는 (필승조) 3명(최준용, 정철원, 김원중)이 잘 던지고 있다 보니 승민이를 상황에 따라 투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아무래도 야수들의 부상이 많은 상황이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투수 쪽에는 부상자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승민이에게도 계속해서 기대를 가질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좋은 공이 나올 수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좀 더 기대를 가져보고 싶다. 우리 팀에는 승민이가 해줘야 할 게 또 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롯데 구승민이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에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많은 122홀드를 작성한 구승민은 어느덧 세는나이로 서른여섯의 베테랑이 됐다.
2020년부터 4년 동안에는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연속시즌 20홀드를 작성하며 롯데는 물론, 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는 가까스로 두 자릿수 홀드(13개)를 달성하며 연속시즌 두 자릿수 홀드 기록을 5시즌으로 늘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잔류한 구승민에게는 앞으로 이 팀에서 이뤄갈 역사가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
“(김)상수 형과 (김)원중이, (최)준용이, (정)철원이와 힘을 모아 편안한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던 그로선 지금의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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