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오타니, 이정후가 칠 기회 있을까
2015년 11월 8일 프리미어12 한국전에 선발등판한 오타니가 161㎞의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스포츠조선 DB[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난 1일 밤(이하 한국시각)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태운 전세기가 일본 하네다공항에 도착하자 입국장은 70여명의 취재진과 수많은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오타니는 이날 오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 등판을 마치고 곧바로 태평양을 건너 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에 합류했다. 오타니가 1라운드 B조 리그 어느 경기에 등판할 지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한국전 등판은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번 WBC에서 한국은 '투수' 오타니를 상대할 기회가 있을까. 조별 리그가 아니라면 한국과 일본이 만날 수 있는 무대는 결승 밖에 없다. 같은 B조에 속한 한국과 일본이 1,2위를 차지하면 8강에서 각각 A조 1,2위와 만나고 준결승에서는 C조와 D조를 통과한 팀들을 상대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준결승을 통과하면 당연히 결승에서 맞닥뜨린다.
다시 말해 이번 대회에서 한국 타자들이 오타니가 던지는 공을 칠 수 있는 확률이 객관적으로 극히 낮다는 얘기다. 두 팀 모두 결승에 진출할 확률과 오타니가 결승전 마운드에 오를 확률을 모두 감안하면 로또 당첨 확률과 비슷할 것이다.
한국 타자들이 오타니를 상대한 건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가 유일하다. 한국이 우승을 차지한 대회다.
당시 오타니는 한국전에 두 차례 등판했다. B조 예선라운드 1차전과 준결승이었다.
예선라운드에서 한국 타자들은 선발 오타니를 상대로 6이닝 동안 2안타와 2볼넷을 얻는데 그치며 한 점도 뽑지 못했다. 삼진을 무려 10개나 당했다. 최고 161㎞에 이르는 강속구와 스플리터, 슬라이더에 모두 "무슨 저런 투수가 있냐"는 표정이었다. 한국은 선발 김광현을 비롯해 조상우 차우찬 정우람 등이 나서 실점을 최소화했지만, 0대5로 패했다.
조별리그를 3승2패로 마친 한국은 8강에서 쿠바를 만나 박병호 정근우 양의지의 맹타를 앞세워 7대2로 승리해 준결승에 올랐다. 일본 선발은 또다시 오타니였다. 그는 7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는 괴력을 뿜어내며 한국 타선을 농락했다.
0-3으로 끌려가던 한국은 오타니를 상대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160㎞ 안팎의 강속구를 앞세운 오타니의 '탈삼진쇼'의 구경꾼 신세였다. 한국은 오타니가 내려간 뒤 9회초 기적같은 역전극을 펼쳐 4대3으로 승리한 뒤 결승서 미국을 꺾고 우승했지만, 오타니에 대한 인상은 강하게 남았다.
한국전 2경기에서 합계 13이닝을 던져 3안타를 내주고 삼진 21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꽁꽁 묶은 오타니. 당시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이었던 그는 정규시즌서 15승5패, 평균자책점 2.24, 196탈삼진을 올리며 이미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세월로 따지면 7년 4개월 전의 일이다.
지금의 오타니는 더 강해졌다. 여전히 160㎞대의 강속구를 뿌리는데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커브, 커터, 투심 등 다양한 구종으로 무장했다. 작년에 그는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우며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 219탈삼진을 올리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4위에 랭크됐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2018년 이후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던진 적이 없다. 이번 대표팀 핵심 멤버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오타니 공은 쳐보지 못했다. 두 선수 뿐만 아니라 이정후도 오타니를 상대할 기회가 있었으면 할 것이다.
반면, 한국 투수들은 '타자' 오타니를 3월 10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볼 수 있다. 타순은 알 수 없으나, 지명타자로 선발라인업에 오른다고 보면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