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화려한 전성기, 알고 보니 공포에 떨며 살았다
▲ 팔꿈치 통증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있는 토론토 류현진 ⓒ스포츠타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어깨 수술이라는 사형 선고에서 탈출한 류현진(36‧토론토)은 2018년 예열을 거쳐 2019년 한국과 아시아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성적을 거뒀다. 29경기에서 182⅔이닝을 던지며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제이콥 디그롬(당시 뉴욕 메츠)에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내주기는 했으나 투표에서 당당히 2위에 오르며 신화를 썼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그런 류현진은 4년 80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과 함께 토론토로 이적했고, 2020년에도 맹활약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오르는 등 화려한 전성기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이 전성기 기간 동안 류현진이 매일을 공포에 떨며 살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알고 보니 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다. 팔꿈치 통증 때문이었다.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어느 날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있었다는 게 류현진의 담담한 회상이다.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배경에 대해 "한 번에 인대가 뚝 끊어진 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이전부터 팔꿈치에 통증이 누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언제부터 통증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계속 안 좋았다. (좋은 성적이 날 때도) 계속 안 좋았다"고 씁쓸하게 웃으면서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계속 그런 상태가 이어졌다"고 떠올렸다.
성적이 나는 상황이었기에 팔꿈치에 통증이 있다고 해서 수술을 받거나 그냥 그 자리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류현진은 "통증이라는 게, 다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다른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거의 한 번에 끊어진다. 나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통증을 만성으로 만들며 겨우겨우 몇 년을 버텼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에 받은 수술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항상 불안감에 떨었다. 류현진은 "일단 '오늘은 안 아파야 하는데… 일단 던지는 날은 아프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등판 전날에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아프면 안 된다'는 자기 최면 속에서 살았다. 남들이 봤을 때는 화려하고 부럽지 않은 나날이었지만, 정작 류현진은 언제든지 팔꿈치 인대가 끊어질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살았던 셈이다.
결국 버티다 못해 지난해 6월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은 이제 그 공포와 작별할 날을 꿈꾸며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제 (인대가) 새 것이 됐잖아요"라고 애써 웃어 보였다. 이제 뛴 날보다 뛸 날이 적은 베테랑. 적어도 은퇴할 때까지는 더 이상 팔꿈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지루한 재활 과정을 버티고 있다.
힘든 과정이지만 과거와 미래 모두를 생각한다. 류현진은 "어깨 같은 경우는 그래도 (수술 후에) 1~2년 정도는 고생을 했던 것 같다. 다만 토미존은 어깨 수술과는 전혀 다르다. 토미존은 믿어야 한다"고 했다. 어깨 부상도 이겨냈는데 이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더 생생한 몸으로 후회 없는 경력의 마무리를 기다리고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프면 안 된다"는 우울한 생각에서 벗어날 날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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