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영이 있어야 불펜 돌아간다 쓴소리 날린 사령탑의 속마음, 2군 내려간 세이브왕 자존심 회복할까
"정해영이 있어야 불펜이 돌아간다".
쓴소리를 했지만 속마음은 아니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퓨처스 팀으로 내려간 마무리 정해영의 확실한 재충전을 주문했다. 날짜를 채우면 바로 복귀해 막판 순위 경쟁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마무리가 있어야 결국은 순위싸움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해영은 지난 1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개막부터 마무리 투수로 뒷문을 지켜왔으나 전반기 막판을 기점으로 위기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급기야 주말 잠실 두산전에서 이틀연속 한 점 차를 지키지 못했고 결국 사령탑은 엔트리 말소라는 채찍을 들었다
당시 이 감독은 "1주일 동안 던지지 않았는데도 스피드가 141km 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무리 투수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전상현을 임시 마무리로 낙점했다. 그러나 다음날 8회 위기에서 등판했으나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지난 19일 키움과의 광주경기에 앞서 정해영의 재충전 스케줄을 밝혔다. "4~5일 정도 휴식을 취한다. 불펜피칭을 한 번 하고 실전에 들어가는 것으로 스케줄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휴식으로 재충전을 하고 이번 주말 퓨처스 실전 마운드에 오르는 일정이다.
부진의 이유도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이닝도 많았고 올해 공도 많이 던졌다. 체력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안 좋아졌고 스피드도 느려졌다. 트레이닝 파트와 이야기를 했다. 마무리가 없으면 어려운 상황이 오겠지만 안 좋을 때 한 번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정해영은 2년차 20살이던 2021시즌부터 마무리 투수로 발탁을 받아 5년째 복무해왔다. 2023시즌은 구위저하로 한 달 정도 2군 재조정기를 갖기도 했지만 꾸준한 활약으로 뒷문을 지켜왔다. 세 차례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드디어 2024시즌 세이브왕에 오르며 한국시리즈 우승 엔딩을 장식했다.
올해는 김도영 등 주축타자들의 줄부상으로 팀 공격력이 어려워진데다 박빙 승부가 많아지면서 승리조 등판이 잦았다. 이 감독은 전반기 막판부터 "해영이와 상우 상현이가 많이 던졌다. 부하가 갈 수 밖에 없다"며 걱정했는데 실제로 구위저하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정해영에 이어 조상우도 동반 부진을 겪고 있다.
이 감독은 "결국은 정해영이 있어야 불펜이 잘 돌아간다. 마지막에서 힘을 내기 위해 밑에서 재충전하고 던지는게 확률적으로 높다고 생각했다. 며칠 쉬고 불펜피칭하고 실전에서 던지면 바로 올려서 뒤에 준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전상현과 조상우를 필두로 성영탁과 한재승까지 집단 마무리 체제를 예고했지만 결국은 정해영이 돌아와야 안정감이 생긴다는 인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