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대신 돌 품었던 독수리 진짜 아빠 되다
알 대신 돌을 품어 유명해진 미국 세계 조류 생크추어리의 흰머리수리 ‘머피’가 최근 구조된 아기 새를 만나 진짜 아빠가 됐다.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모태솔로’ 흰머리수리의 끈기와 부성애가 하늘을 감동하게 한 것일까. 알 대신 돌멩이를 품어 화제가 됐던 새 ‘머피’가 진짜 아빠가 됐다.
24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보호소)’ 페이스북을 보면,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는 수컷 흰머리수리 머피가 돌을 품다가 진짜 아기 새를 입양하게 됐다고 한다.
올해 31살이 된 머피는 지난달 초부터 온라인상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돌멩이를 가져다가 마치 알을 부화하듯 지극정성으로 돌봤기 때문이다. 1살 때 날개와 다리를 다쳐 조류 보호구역으로 구조된 머피는 30여 년을 이곳에서 지냈는데 3월 초 처음으로 이러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머피는 여느 부모 새가 하듯 돌멩이를 가져다 땅을 파고 둥지를 만든 뒤 진짜 알을 품듯 몇 시간에 한 번씩 조심스럽게 굴리며 품었다. 평소 온화한 성격을 보였지만 다른 새가 다가오면 위협하듯 큰 소리로 울어 쫓아내기도 했다.
보호소는 머피의 돌멩이를 도저히 빼앗을 수 없어서 대신 사육장의 표지판과 페이스북에 머피의 사연을 알리며 ‘머피는 외롭거나 아픈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내해야 했다.
아빠가 되고 싶은 머피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지난 2일 생후 1~2주밖에 안된 아기 새가 보호소로 들어왔다. 보호소에서 약 95㎞ 떨어진 세인트 제네비브시에서 폭풍우를 만나 나무에서 떨어진 새가 구조된 것이다. 사육사들은 새끼가 구조되자 머피를 ‘양부’로 삼는 방안을 떠올렸다. 다만 머피가 ‘돌로 된 알’ 이외의 것은 돌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 걱정이었다.
던 그리파드 보호소 대표는 “머피는 다소 이례적이다. 1990년대 초부터 보호소에서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새끼를 낳은 적 없고, 현재 보호소 안에 있는 암컷 두 마리와도 짝짓기를 한 적도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그는 야생의 흰머리수리는 일반적으로 육아를 분담하기 때문에 새끼를 품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새들이 봄철 호르몬의 급증으로 알이 아닌 물체 위에 둥지를 트는 것도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보호소는 페이스북을 통해 “꿈을 훔치게 놔두지 마세요. 당신이 믿는다면 바위는 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헌신적인 아빠는 기적을 행할 수 있습니다”라며 ‘머피의 법칙’에 새로운 의미를 덧붙였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게시물에 “동화책으로 쓰여야 할 감동적인 이야기다” “인간 아빠들도 이런 부성애를 배웠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온라인에선 머피와 아기 새의 사연이 담긴 티셔츠가 제작되고, 직접 그린 웹툰이 올라오는 등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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