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시간 (2025)

중위 스타베이

전과없음

2014.10.20가입

조회 1,666

추천 16

2025.07.24 (목) 09:05

                           

Adolescence (2025)

https://www.imdb.com/title/tt31806037/

 

총 4화인 넷플릭스 신작 <소년의 시간>을 2화까지 시청했는데, 탄탄하고 진솔하다. 영국식 영어를 알아채지 못했더라도 영드라고 느꼈을 것 같다. (동네) 경관도 미드와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1화는 살인 범죄 혐의자를 체포해 혐의자 신분을 확정짓고 심문하기까지의 모든 형식적 절차를 아주 세세히 보여준다.  확정짓고 심문하는 절차에는 혐의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혐의자가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게 불리한 언행을 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온갖 배려가 녹아있다. 혐의자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충분히 고려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큰 돈을 벌지는 못할 텐데도 국선 변호인이 혐의자 편에 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리고 체포 후의 이 모든 친절한 합리성은 체포 절차, 또는 적어도 체포 절차 초기 단계의, 거의 폭력적인 단호함 또는 가차없음의 합리성과 '한몸'을 이룬다. 즉, 이 두 절차는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 강력 범죄 혐의자의 체포 절차는 서슬 퍼래야 하는 것이지만 혐의자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옛날로 갈 수록 체포 후의 절차도, 문자 그대로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서슬 퍼랬을 것이다. 따라서 그 절차가 오늘날 자유민주제 국가에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게 되는 과정은 인간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된 과정, 인간이 자신에 대해 더 정확한 배려를 하게 된 과정, 인간이 자신에 대해 더 합리적이 된 과정이다. 이 드라마의 1화는 그 절차를, 다른 어떤 드라마보다 세세히 보여주고, 수사관들의 전혀 건성이 아닌, 전혀 술책을 부리지 않은 모습을 통해 진심을 다해 보여줌으로써, 한편으로는 인권의 이념에 충실한 - 물론 드라마가 보여주는 좋은 것들은 대체로 늘 실제보다 이상화된 좋은 것들이다 - 체제와 국가로서의 자유민주제와 영국을 홍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절차의 합리성에 대한 논변적 지식을 갖추고 있지는 못할 많은 대중적 시청자들을 교육시킨다.   

 

2화도 훌륭하다. 살인 혐의자와 피살자가 다니는/다녔던 중학교를 찾아가 탐문 수사를 하는 두 형사의 눈을 통해 영국 대도시 공립 중학교의 전형적인 문제적 모습을 보여준다. 선생님들은 권위가 없고 존경받지 못하며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선생님들 앞에서 제 멋대로 굴고 서로를 괴롭힌다. 모든 선생님들과 모든 학생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물을 다 흐린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두 형사 간의 다음 대화는 그 문제적 모습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가장 일차적인 소명이 어디에 있는지를 직설적으로 제시한다.   

 

왜 학교에선 늘 이런 냄새가 날까요? 

구토, 양배추, 자위가 섞인 것 같은 냄새요 

끔찍해요

 

맞아

 

[...]

 

씨발

 

응, 씨발

있잖아 솔직히 더는 여기 못 있겠어

 

경위님이 오자고 한거에요

 

알아, 그런데...

한명이라도 뭔가를 배우는 것처럼 보여?

내 눈엔 동물 우리같이 보여

전부 영상으로 수업해 

말릭 선생은 자기가 편할 때 오가고 

네 말대로 냄새도 지독해

 

존나 지독해요

학교는 다 그래요

잠깐 저기로 가요

이해를 좀 해보죠

여긴 좋은 선생님들도 있을거고

좋은 학생들도 있을 거예요

우리 학교도 비슷했어요

 

어떻게 살아남았어?

 

좋은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벤턴 선생님은 끝내줬어요

예술과 사진을 가르치셨어요

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요

 

좋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2화는 학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을 따라가던 카메라의 눈길이 고도를 높여 피살자의 시신이 발견된 곳을 향해 간 다음 다시 고도를 낮춰 그곳에 가득 쌓여 있는 애도의 꽃다발들과 꽃다발을 놓고 있는 살인 혐의자 부친의 모습을 거의 화면 가득 보여주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 장면 내내 어린이 합창단이 부른  "Fragile"이라는 스팅의 노래가 나오는데, 그 장면, 그리고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댓글 2

하사 땅드라

2025.07.24 09:10:11

저도 드라마 보면서 학교에서 두 형사가 나누는 저 대화가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상병 덮어놓고

2025.07.24 09:10:18

1화에서 누가 범인인지 확실히 알려준거라고 봐야할까요?
저는 4화를 보면서 누가 범인인지 확신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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