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야구 이광환 전 LG 감독 별세 한국 야구 선구자 떠나다
‘자율 야구’로 1994년 LG 우승 지휘
메이저리그식 투수 분업 시스템 정착
김재현·서용빈 “너무 일찍 가셨다”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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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야구’라는 신조어로 한국 프로야구에 돌풍을 일으키며 1994년 LG 트윈스 우승을 이끈 이광환 전 감독이 2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KBO는 2일 이광환 KBO 원로 자문의 별세 소식을 알렸다. 이 전 감독은 최근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하던 중 2일 오후 3시 13분께 세상을 떠났다.
중앙고·고려대 출신인 이광환 전 감독은 한일은행과 육군 경리단에서 선수로 뛰었고 1977년 모교인 중앙고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2년 프로 출범과 함께 OB 베어스 타격 코치를 맡은 이 전 감독은 1989년 OB, 1992년 LG 사령탑에 올랐다.
이 전 감독은 1994년 당시 생소했던 ‘자율 야구’의 개념을 도입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일방적인 훈련과 작전 지시로 대표되는 ‘관리 야구’ 대신 선수들이 선수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연구하고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자율 야구’를 도입한 것이다. 훈련 뿐 아니라 타격과 주루 등 실전에서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줬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메이저리그식 투수 분업 시스템도 이 전 감독이 정착시켰다.
당시 LG는 ‘신인 3총사’로 큰 인기를 누린 류지현, 김재현, 서용빈과 ‘해결사’ 한대화, 주장 노찬엽 등이 타선을 이끌었고, 투수에서는 이상훈, 김태원, 정삼흠, 김용수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LG는 자율야구에서 비롯된 ‘신바람 야구’로 그 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이 전 감독은 이후 한화 이글스, 우리 히어로즈 등 프로팀을 지휘하며 KBO리그 통산 608승을 거뒀고, 2010년부터 10년간 순수 생활 체육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 야구부 선수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1995년 제주도 서귀포시에 사재를 털어 야구 박물관을 건립해 야구 관련 소장품 3000여 점을 모두 기증하는 등 야구인으로서 일생을 헌신했다.
올해 3월 KBO리그 LG의 개막전에서 시구를 한 것이 야구팬들 앞에 선 마지막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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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들은 고인의 별세 소식에 “한국 프로야구의 선구자였다”며 애도했다.
1994년 우승 당시 신인왕을 차지했던 김재현 SSG 랜더스 단장은 “아버지 같은 분이다. 1994년 19살의 어린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고 했고, 서용빈 LG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도 “이광환 감독님은 당시 경직된 시대상과 다르게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주셨다.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선수단은 이날 전국 각 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경기를 앞두고 이 전 감독을 추모했다.
LG 선수단과 상대팀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 앞에 도열했고, 전광판을 통해 비친 이광환 감독의 추모 사진을 향해 묵념했다.
빈소는 제주 부민장례식장 6분향소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9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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