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시대 활짝 열렸다 서울 밴쿠버 리야드까지 점령
맹호가 걷는 길엔 거리낌이 없다. 서울, 밴쿠버에 이어 리야드도 호랑이의 걸음걸이를 멈춰 세우지 못했다. 8월을 목전에 둔 올해, 단 1패도 하지 않고 무려 26연승을 이어갔다.
젠지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e스포츠 월드컵(EWC)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 결승전에서 중국 우승 팀 애니원스 레전드(AL)를 세트 스코어 3대 2로 꺾고 정상을 차지했다.
젠지는 상금 60만 달러(약 8억4000만원)와 함께 클럽 포인트 1000점을 얻었다. 클럽 포인트는 EWC 종목마다 걸려있는 점수로, 가장 많이 쌓는 팀이 우승한다. 2위 AL은 32만 달러와 함께 클럽 포인트 750점을 얻었다.
첫 전투에서 젠지가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초반은 AL이 좋았다. ‘타잔’ 이승용의 트런들을 중심으로 한 오밀조밀한 라인전 운영으로 리드를 쥐었다. 합류전 양상부터 젠지의 조합이 빛났다. 마오카이(캐니언), 라칸(듀로)의 막강한 군중제어기 속에서 요네(쵸비), 크산테(기인)가 상대 진영에 파고들어 혼을 빼놓았다.
바루스(룰러)의 막강한 누킹 대미지도 상대에겐 부담이었다. 오브젝트를 두고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졌으나 운영 면에서 젠지가 한 수 위였다. 드래곤 영혼을 섭취한 데 이어 상대 진영을 파괴하는 양방향 침투가 일품이었다. 내셔 남작 버프를 빼앗기는 악재 속에서도 차분히 이득을 챙긴 이들은 오래 가지 않고 상대 넥서스를 터뜨렸다.
기세를 탄 젠지가 다음 세트도 이겼다. 라인전 단계부터 젠지의 판정승이었다. 녹턴(캐니언)이 닿는 곳마다 킬이 쏟아졌다. 세나(룰러)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허리 라인에서 든든히 받쳤다. 킬 스코어는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오브젝트, CS 수급 등에서 젠지가 월등히 앞서며 골드 차이가 적잖이 벌어졌다.
아타칸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며 젠지 쪽으로 승세가 확 기울었다. 25분경 상대 핵심 딜러 징크스(호프)를 쓰러뜨린 뒤 내셔 남작 버프까지 챙겼다. AL의 넥서스는 남아나지 않았다.
3세트에서 AL이 기운을 차렸다. 레넥톤(플랑드레)가 종횡무진 활약한 가운데 시비르(호프)의 막강한 대미지 딜링이 곁들여지며 젠지가 고전했다. 오브젝트 싸움에서 아이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며 젠지 챔피언이 잇달아 쓰러졌다. 이날 첫 젠지의 넥서스 파괴음이 울렸다.
다음 세트도 AL이 가져갔다. AL은 라인전부터 주도했다. 블리츠 크랭크(카엘)의 위협적인 그랩에 젠지의 플레이가 움츠러들었다. 카이사(룰러)가 잇따라 끌리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28분경 젠지가 한타에서 대승을 거둔 뒤 내셔 남작 버프까지 챙기며 크게 만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초가스의 ‘포식’에 내셔 남작 버프를 빼앗긴 뒤 AL의 매서운 반격에 젠지가 결국 쓰러졌다.
마지막 세트 젠지가 AL의 ‘드러 눕는’ 조합을 응징했다. AL은 블라디미르, 제드, 사일러스로 이어지는 막강한 캐리 조합을 꾸렸다. 하지만 초반이 고역일수밖에 없는 라인업이다. 젠지는 트위스티드 페이트, 자야, 카밀을 앞세워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돌려 깎으며 골드 차이를 크게 벌리며 상대의 ‘캐리력’을 완벽히 억제했다. 오브젝트를 모두 독식한 젠지는 일찍이 상대 마지막 넥서스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를 마친 뒤 ‘쵸비’ 정지훈은 무대 인터뷰에서 “우승해서 정말 좋다. 우리 팀이 성과를 거뒀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승승패패승으로 접전을 펼친 것에 대해 “재밌는 장면을 연출했다”면서 웃었다.
또한 고된 일정에 대해 “MSI 우승으로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일정의 힘듦은 여기 참가했던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압 프레스에 들어가는 게 젠지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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