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구단 데이터팀장이 뽑은 지금 최고 외국인 투수 폰세 네일 앤더슨 치열한 경쟁
올해 프로야구 전반기는 한화의 시간이었다. 한화를 끌어올린 상당 동력은 외국인 에이스 코디 폰세의 어깨에서 나왔다. 폰세는 개막 이후 18경기에서 115.2이닝을 던지며 11승무패 평균자책 1.95에 WHIP 0.86을 기록하고 지난 키움전 등판 뒤 휴식 모드에 들어가 있다. 투수 4관왕을 향해 질주 중이다.
외국인투수 지분이 더 높아진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 주말까지 진행된 정규시즌 425경기 기준 외국인투수들은 도합 130승을 거뒀다. 지난해 개막 이후 426경기 기준으로 외인투수들이 121승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외국인투수들의 전력 비중이 한층 올라간 전반기였다
사실 아무리 막강한 투수도 시즌 내내 좋을 수는 없다. 타자 만큼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 사이클을 그리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롯데 좌완 알렉 감보아 같은 강력한 구위의 외국인 좌완이 새 얼굴로 등장하기도 했다. 전반기 한화가 그랬듯 리그 최고의 에이스를 보유한 팀이 후반기에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밝히고 달려 나갈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경향 야구전문 유튜브 채널 ‘최강볼펜’에서는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앞둔 지난 7일 10개구단 데이터팀장에게 ‘지금 이 순간, 최고의 외국인 에이스를 꼽아달라’는 설문을 했다. 직관적인 평가와 더불어 매경기 객관화된 수치로 선수 역량을 들여다보는 데이터팀 수장 시각에서 한 명씩을 선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내일 한국시리즈 7차전이 열리면 선발 마운드에 필승 카드로 올리고 싶은 선수’로도 질문을 비틀기도 했는데 가급적 주관성을 배제하기 위해 소속구단 외인투수는 제외해달라는 단서를 달았다.
만장일치가 불가한 조건에서 최다 득표 선수는 이번에도 폰세였다. 폰세는 7개구단 데이터팀장으로부터 ‘지금도 공략이 가장 어려운 투수’로 지목받았다.
여러 구단이 여전히 폰세를 가장 높게 본 핵심 배경은 구종의 다양성과 완성도였다. 수도권 구단 한 데이터팀장은 “폰세의 강점은 모든 구종의 가치가 높다는 데 있다. 7가지 구종을 던지고 있는데 모든 구종이 최상급에 가깝다. 여기에 결정구로 ‘킥체인지업’ 능수능란하게 쓰기 시작하면서 타자 시각에서는 노림수를 갖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고 외인투수 KIA 제임스 네일가 절정일 때와 비교해도 공략 난이도가 높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 구단의 또 다른 데이터팀장은 “네일은 스위퍼라는 특출난 구종을 주무기로 쓴다.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방향성은 좁혀놓고 대비할 수 있는데 폰세를 만날 때는 머릿속에 그려놓을 구종이 더 많아 압박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
설문 규칙에 따라 폰세를 고를 수 없던 한화의 선택은 SSG 드류 앤더슨이었다. 앤더슨을 현재 최고 외인투수로 지목한 구단은 한화 말고도 한 곳이 더 있었다.
앤더슨은 전반기 각종 지표에서 폰세에 버금가는 수치를 이어가기도 했다. 17경기에 등판해 6승4패로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평균자책0.99에 WHIP 1.00으로 폰세를 제외하고는 가장 좋은 세부 성적으로 전반기를 보냈다.
지방 한 구단 데이팀장은 “패스트볼 외에 커브와 체인지업을 모두 잘 던진다. 눈에 보이는 구속보다 구종 가치가 높은 선수”라며 “올해 들어서는 이닝 소화력도 좋아졌는데 마운드에 서면 에이스다운 책임감과 투지가 돋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에 “타자친화형 문학구장을 쓰면서도 피장타율이 2위일 만큼 구장을 가리지 않는 것도 앤더슨을 높이 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영남권 한 구단은 폰세도, 앤더슨도 아닌 네일을 지목했다. 해당구단 데이터팀장은 “한국시리즈라면 큰 경기 지배력도 봐야한다. 네일은 지난해 이미 그런 능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한화와 KIA, SSG 모두 전반기를 잘 마무리하고 있는 팀들이다. 이 외인 에이스들의 현재 가치가 다시 좋은 평가를 받은 건 후반기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6월 5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 1.72를 기록하며 월간 MVP가 된 감보아를 두고는 최종 평가를 유보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 구단 데이터팀장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굉장히 위력적이다. 좌타자들은 더 대응이 어렵다”면서도 “상대적으로 단조롭다는 게 나중에 어떻게 나타날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두세 번 만난 뒤 조금 더 소신 있는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